짧게, 진짜 짧게 머물다 돌아가는 장소에 대해 부풀려 말하지 않으려고 노력하지만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된다. 현지인들이 보면 뭐 우린 그냥 사는 거여, 라고 과객의 호들갑에 시큰둥하게 반응하리란 걸 알면서도 그리 된다.
아침 고속열차를 타고 구포역에 내려 황승미 선생님 덕분에 자동차를 타고 무사이 책방(독립서점+독립영화관)까지 편하게 이동했다. 걸어다니는 아카이브이신 김재영 선생님께서 알려주셨는데, 구포는 한반도 최초 국수집이 생긴 곳이라고 한다. 지도를 보면 구포가 낙동강 변에 위치하는데, 강바람에 국수 자락을 널어 말렸다는 것.
서울에서 만나기 힘든 얼굴을 예 부산꺼정 내려와서야 만나게 되는 아이러니도 있으니, 오늘 그랬다. ‘정디님’이 마침 고향에 내려왔다가 소식을 듣고 찾아오셨다. 정디님 왈, 근처 산책로가 걸을 만하다고. 아, 이런 깨알 현지팁을 바로바로 활용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는 아쉬움을 챙겨 뒀다 다음을 기약하는 수밖에.
무사이의 손 매니저님은 또 얼마나 공간에 잘 어울리는 분인가. 아니 사람이 공간을 만든 거라고 해야겠지, 그리고 서로서로 그렇게 말이다. 밀실로 가는 통로로 들어가면 진짜 영화관이 있다. 보고 싶던 영화 포스터가 벽에 붙어 있고, 공간에 계신 분들이 뭘하시는지도 궁금했는데. 그러니까 다음을 기약해야 하는 거다.
황승미 선생님, 김재영 선생님의 미니 강의, 참석해주신 독자분들의 경청과 질문, 그 사이의 토크. 1시간 30분 예정이었으나 2시간 가까이 시간 가는 줄 몰랐다는 것. 온라인 만남에선 느낄 수 없는 뭔가가 있다는 걸 아는 이는 알 터. 말해 무엇.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