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 판교 일대는 몇 차례 가본 적 있지만 그래도 오랜만의 방문이었다. 책방은 정자역에서 멀지 않았는데, 신도시에서 으레 보이는 하천을 건너 조금만 가면 책방이다. 황승미 선생님께서 알려주셨는데 이 하천이 탄천이었다. 탄천의 과거 오명은 유명하다. 탄천의 오명이 아니라 서울의 흑역사라고 해야 하나. 지금은 정비되어 천변 산책로는 더 추워지기 전에 걸으러 오라고 손짓하는 겨울 초입의 햇살로 한가득이었다. 한옥 대문을 옮겨와 책방에 보존하려 하신 것인가 싶은 출입문을 열고 들어가니 박윤희 대표님께서 막 마친 모임의 찻잔을 닦고 계셨다. 책방 대표님들은 하나같이 어디선가 뵌 듯한 친근한 얼굴이다. 책을 좀 읽으며 기다리려 했는데 대표님과 이런저런 이야기 나누다 보니 금세 10분 전, 5분 전. 좋아, 좋아. 바로 아래 사진 속 전구의 노란 불빛이 책들과 유난히 잘 어울리던데. 도서 분야별 서가가 아니라 서가를 색채로 정리해 놓으신 감각도 남달라 보였다. 손길을 끌어들이는 책들의 색채. 그런 고민과 노고가 책방 대표님의 왼손 엄지손가락 보호대에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